(주)디엠씨테크는 중소구경 ERW강관 조관설비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회사다. 독자적인 기술력을 토대로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그 명성이 자자하다. IMF의 여파가 남아있던 1999년 11월에 창업하여 2000년에 첫 제품을 수주한 이래 매년 성장을 기록해온 디엠씨테크(이하 DMC)는 올해 3월 시화호 주변에 조성된 시화MTV로 둥지를 옮겼다. 신 공장은 물론, 신 사옥까지 준공하여 두 개의 공장에 나뉘어있던 공장과 직원들이 한데 모여 시너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 30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엔지니어들과 회사 설립 이래 약 16년간 함께 호흡해온 직원들이 고객에게 최고 품질의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다. DMC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들과도 비즈니스 파트너로써 원료, 재료, 부품, 가공, 조립 등 모든 부분에서 끊임없는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DMC의 안응순 사장을 만나 DMC의 철학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편집자주]

(주)디엠씨테크 대표이사 안응순
▲ (주)디엠씨테크 대표이사 안응순
Q> DMC의 설립은 1999년 11월이다. 그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

A>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건설회사에 입사해 산업설비 설계 일을 시작했다. 강관을 접하게 된 것은 한맥중공업에 재직할 때, 스페이스 프레임이라는 파이프 구조물을 다루게 되면서부터 였다. 스페이스 프레임은 독일의 메로(Mero)사에서 개발하고, 특허가 만료된 뒤로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부산파이프(현 세아제강)와의 연이 시작되기도 했다.

Q> 조관기 제작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있었나?

A> 국내에서 돌아가던 조관기는 전량 수입하던 시기였고, 국내 기술은 초기 단계였다. 당시 한관산기라는 업체가 있었고, 세아그룹 내 해덕기계(세아중기의 전신) 정도가 전부였다. 한맥중공업에서 나와 설계사무소에 근무하면서 외주로 강관 설비 설계를 접하게 됐다. IMF 시절에는 조관업체인 동우종공에서 임원으로 근무하다가 회사의 부도를 온 몸으로 겪기도 했다. 할 수 있는 일이 설계밖에 없어 결국 99년도에 집을 팔고 조관기 제작업체를 차리게 되었다.

Q> 모든 일이 그렇듯이 시작은 잊혀지지 않는다. 첫 발주 제품은 무엇이었나?

A> 2000년 4월 유일강관(대표: 임일남) 공장이 부천에서 여주로 이전할 때 도입한 신 조관기가 DMC라는 이름을 달고 공급한 첫 제품이다. 그때 그 조관기는 아직도 잘 돌아가고 있다. 지금의 DMC가 있기까지 첫 발을 내디딜 수 있게 해준 유일강관에게 항상 감사할 따름이다. 당시에는 정말 최선을 다해 만들었지만 지금 그 설비를 생각하면 부족한 점이 많아 한편으로 송구스럽기도 하다.

Q> 설비 수출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A> 국내 시장으로의 발판을 만들어준 것이 유일강관이라면 수출 시장의 발판 마련은 넥스틸(대표:박효정)에서 시작됐다. 넥스틸이 2001년부터 강관 사업에 진출할 당시 설비를 DMC가 맡아서 진행했다. 그 뒤 2002년 월드컵과 함께 해외 바이어들이 국내에 많이 들어왔는데 터키 유첼보루(YUCEL BORU) 그룹 바이어가 넥스틸 설비를 보고 만족을 표했다.

계약을 진행하고 넥스틸 조관기보다 더 업그레이드 된 제품을 생산해 한번에 4인치, 8인치, 12인치 총 3기를 수출하게 됐다. 당시 넥스틸은 8인치 라인 1기만이 있었을 뿐인데 말이다. 2002년 월드컵으로 국가 신인도까지 덩달아 상승해 그 덕을 본 셈이다. 그 뒤로도 넥스틸의 설비를 보기 위한 해외 바이어들의 발길이 늘기 시작해, 넥스틸의 8인치 라인이 DMC의 해외 진출 성장 발판이 되었다.

(주)스틸앤스틸 김홍식 부사장(좌)과 디엠씨테크 안응순(우) 대표이사
▲ (주)스틸앤스틸 김홍식 부사장(좌)과 디엠씨테크 안응순(우) 대표이사

Q> 강관 설비는 이탈리아 등 유럽 제품이 최고 아니었던가?

A> 맞다. 지금도 여전히 유럽산 기계가 세계 강관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유첼보루도 DMC제품을 구입하기 전까지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설비를 사용했다. 우리와 연을 맺은 이후로는 독일 설비가 고장 나도 독일 본사에 수리를 요청하기 보다는 DMC에 요청을 한다. 독일의 단가가 비싼 것도 있지만 DMC에 대한 신뢰 때문 아닐까? 그러면서 독일 기계들을 많이 고쳐보게 됐다. 물론 설비를 뜯어보며 기술 습득도 많이 되었다. 유럽 진출 교두보가 그 때 만들어졌다고 볼 수도 있겠다.

Q> 유럽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된 계기는?

A> 이 또한 돕는 손길이 있었다. 러시아가 급격한 발전을 이루던 시기에 MMS International 김창회 사장이 찾아와 러시아에 설비를 공급하자는 제안을 해왔다. 처음에는 거절했으나 다음 번에 또 다른 제안을 하길래 함께 하기로 약속하고 러시아 강관산업 전시회인 Tube Expo와 Metal Expo에서 홍보를 시작했다.

러시아 시장이 특별한 점은 인터넷을 통한 홍보보다는 전시회를 통한 홍보가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전시회 역시 독일 메세(Messe, 독일전시회)가 주관하는 대규모 행사지만 일부 관광의 목적이 섞인 뒤셀도프르와는 달리 실 수요자들이 방문해 실제 상담 위주로 진행되는 성격이 강하다. 물론 처음에는 러시아를 몰랐기 때문에 상당한 적자를 봤지만 계속해서 시장 문을 두드린 결과 이제는 돈을 벌기 시작했다. 러시아 MMS가 현재 DMC의 유럽 영업을 담당하고 있다.

Q> 그동안 매출 비중은 해외 수출이 높았는데 올해는 내수에 집중한다 들었다.

A> 솔직히 말씀 드리자면 유럽이 올해 상당히 어렵다. 사실상 계약을 따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일본 미쓰이상사의 러시아 투자건 130억 원짜리 설비 외에 별다른 계약이 없다.

올해는 국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으로는 국내 설비 점유율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기도 했다. DMC가 한국 기업이다 보니 바이어들이 한국을 찾는데, 어느 순간 보니 좋은 설비들은 다 해외에 나가 있었다. 설비들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한국에 우리 설비들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좋은 설비들이 해외에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 업체들에게 참 미안한 부분이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이 설비 투자를 하지 않으니 더 좋은 설비를 놔드릴 수도 없고, 참 아쉽다. 유일강관이나 넥스틸을 통해 우리 회사가 새로운 성장을 이뤄왔듯이 또 다른 기술력의 발현이 국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덤핑이나 저가 수주는 하지 않을 것이다. 최선을 다해 국내 업체들에게 최고의 설비를 제공한 뒤, 내년부터 다시 수출에 집중할 계획이다. 올해 DMC 설비가 들어가는 업체는 한진철관공업과 성원제강, 율촌(멕시코 법인) 등이 있다.

인터뷰중인 디엠씨테크 안응순 대표이사
▲ 인터뷰중인 디엠씨테크 안응순 대표이사

Q> 국내 구조관 업체들이 중국 설비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A> 일부 구조관 업체가 가격이 싼 맛에 수입을 해서 쓰고 있는데, 기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보니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비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 100% 중국 설비를 쓰는 업체들은 대부분 실패 사례로 남아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Q> 중국 설비와 한국 설비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A> 중국은 자국 기술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나라이다. 기술력이 부족하다고 할 수 없다. 절대로 우습게 보면 안 된다. 문제는 한국 사람들이 가격을 이유로 저가 설비를 들여오고 있다는 데 있다.

또한 중국 설비는 중국의 강관 생산 시스템 상, 롤교환 없는 단일 구경 생산에 적합한데, 한국은 시황적으로 다품종 소량 생산이 필요하다. 이에 걸 맞는 설계는 국산 조관기 메이커들이 훨씬 더 잘한다고 자부할 수 있다.

Q> 강관 업계에는 ‘공급과잉’이라는 단어에 매우 친숙해져 있습니다. 생산 능력 확대를 이끄는 업체로써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A> 과잉이 맞다. 하지만 과잉이라고 해서 모두가 망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자면, 주위에 식당이 그렇게 많아도 잘 되는 집은 항상 문전성시다. 무엇이 특징일까? 단순하다. 그 집만의 특별 메뉴, 싸고 맛있는 것, 철저한 고객관리와 서비스. 경쟁력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강관업계에서 경쟁력을 키우려면 뛰어난 생산성을 보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소규모 회사들이 많다는 것은 설비 업체로써 분명 장점이지만 모두가 각개전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Q>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

A> 일본이나 선진국들을 보면 조합차원에서 설비 해체를 지원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어업과도 같은 시스템이다. 우리 나라도 협회 차원에서 관리 시스템이 강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소량 다품종 생산보다는 특화제품을 만들어 업체별로 상호 보완할 수 있는 성숙한 시장이 자리 잡아야 한다.

결코 이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일이다. 이러한 협업이 쉽지는 않다. 당장 DMC와 설비 제작 경쟁사들 사이에서도 협업 정신은 결여되어 있다. 경쟁사와 충돌할 때 협업을 시도했었으나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그래도 지나친 경쟁은 기피하는 편이다. 이러한 소용돌이에서 빠져 나오려고 하다 보니 자꾸 해외로 진출하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주)디엠씨테크 사옥 및 공장 전경
▲ (주)디엠씨테크 사옥 및 공장 전경

Q> 직원들에게 특별히 강조하는 부분이 있나?

A> 직원들의 일에 관여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관여 대신 "내 프로젝트는 내가 확실하게 책임진다" 는 전사적인 의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일도, 재무도, 다 직원들에게 맡겨 놓았다. 우리 회사는 사장 없이도 잘 돌아간다.

DMC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납기를 어긴 적이 없다. 모두들 오랜 기간 일해 온 경력자들이고, 누구든 새로운 법인을 차릴 수 있는 베테랑 기술자들이다. 이들에게 보답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경영에 임하고 있다. 이번에 사옥을 옮긴 것도 직원들을 위함이 더욱 컸다.

Q> 10년 후의 DMC는 어떤 모습일까?

A> 이미 다 구상해두었다. 바로 글로벌화의 완성이다. 하지만 생산이나 영업의 글로벌화가 아닌 기술력의 글로벌화이다. 생산은 공장만 만들면 되는 문제고, 영업은 이미 글로벌화되었다.

하지만 한국 사람만 모여서 하기에는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고비용과 저생산성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기술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우리는 기술까지 글로벌화 시킬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일본과 이탈리아에서 기술자들을 영입할 생각이다. 기술적인 글로벌화를 위한 조건으로는 언어 등이 있을 수 있겠다. 그래서 10년의 세월을 두고 사람을 키워나가며 천천히 진행해나갈 생각이다.

(주)디엠씨테크
주소 : 경기도 시흥시 엠티브이26로58번길 17
전화 : 031-431-3550 팩스 : 031-431-6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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