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K스틸이 12월1일자로 창립 12주년을 맞았다. 창립 기념일이야 새로울 것이 없는 행사일 수 있지만 오오미치 히데타카 사장(60세) 입장에서는 남다르다. 1986년 유학생 신분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후 15년째 한국생활을 하고 있는 오오미치 사장은 스스로가 반은 한국인, 반은 일본인이라고 말한다.

필자가 오오미치 사장에게 관심을 갖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현재 YK스틸이 내 · 외적으로 쌓인 과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를 듣기 위함이고, 두 번째는 한국 모든 철강업계의 공통된 화두인 재무구조 건전화와 원가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을 간접적으로나마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그는 은행원 출신으로 모기업인 야마토공업이 한보철강 부산공장을 인수할 때 참여했으며, 한국에서 경영학과 법학 두 분야의 박사학위를 취득하기도 했다.

모기업인 야마토공업은 일본 제조업체에서도 이익률이 높기로 손가락에 꼽히는 기업이다. 또 오오미치 사장은 항상 한국과 일본의 장점을 활용해 글로벌 경영비법을 창조하겠다고 말해왔는데, 그것이 무엇인지도 궁금했다. 늦가을과 초겨울의 바람이 교차하는 부산 사하구 구평동 사무실에서 오오미치 히데타카 사장을 만났다. [편집자주]

YK스틸(주) 대표이사 오오미치 히데타카
▲ YK스틸(주) 대표이사 오오미치 히데타카
Q> 한국생활이 15년째인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계기로 한국에 오게 됐고, 어떤 계기로 철강업에 몸을 담게 되었는가?

A> 1986년 일본흥업은행(현재 미즈호은행)에서 유학생 신분으로 한국에 처음 오게 돼 1년을 있었고, 1993년에는 일본흥업은행 서울 소장으로 다시 와서 4년을 근무했다. 그 후 2002년 야마토공업이 당시 한보철강 부산공장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은행 측에 한국전문가를 보내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인수 과정부터 2년간 있었다. 그 후 2004년 일본으로 돌아갔다가 2006년 당시 이춘호 사장 시절 재무본부장으로 다시 한국에 와서 관리 파트의 부사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Q> 경영철학은 무엇인가? 평소에 직원들에게 강조하시는 부분은 어떤 것이 있는지?

A> 첫 번째는 투명(Clean)경영이다. 투명해야 당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3년째 선물 안주고 안 받기 운동을 하고 있는데, 이제는 주변에서 모두 알고 있다. 두 번째는 동기부여와 책임의식이다. 회사의 발전은 개인의 능력과 열정, 좋은 생각이 곱해져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더하기가 아닌 곱하기를 강조하는 이유는 곱하기는 셋 중 어느 하나라도 영(0)이면 결과도 영(0)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Q> "한국과 일본 기업문화의 장점을 활용해 자신만의 글로벌 경영비법을 창조하겠다" 는 말을 자주 했다. 그 비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A> YK는 100% 일본 자본이고, 직원은 100% 한국인이다. 한국과 일본은 문화 차이가 있고, 각기 장점도 있다. 가령 한국 사람은 한 번 목표를 세우면 열정적으로 일을 하는 적극성이 장점이고, 일본 사람은 원활한 소통으로 회사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 장점이다. 이 두 가지 장점을 접목해 YK스틸만의 경영 스타일을 만들어 낼 계획이다.

또한 본사인 야마토공업은 일본에서도 영업이익이 높은 우수한 회사로 인정받고 있으며, 해외 여러 곳에 글로벌 생산기지를 갖고 있다. 이러한 환경을 잘 활용하면 YK스틸을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로 재탄생시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

Q> 한국경제는 일본과 닮은 점이 많다. 한국과 일본 철강업계의 비슷한 점은 무엇이고,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A> 한국 철강산업은 30년 전 일본 철강산업의 모습과 비슷하다. 일본도 30년 전에는 현재 한국처럼 설비 신증설로 인한 생산과다, 판매경쟁 심화 및 선 출하, 후 정산 방식의 공급가격 체계, 각종 할인 정책 등으로 인해 힘든 시기를 겪었다.

그러나 지금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우선 생산측면에서는 일본은 철저하게 수요가에게 맞춘 생산체계이고, 조업도 전력비가 싼 야간을 활용해서 하고 있다. 또 적정재고를 유지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고정비 절감이라는 명분하에 풀 생산 체제를 고수하고 있고, 그러다보니 항상 필요 이상으로 재고를 보유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판매 측면에서는 일본은 상사와의 거래가 일반화되어 과당경쟁 등 판매리스크가 현저하게 적다. 반면 한국은 실수요가(건설사), 유통회사, 관납 등 거래처가 다변화되어 판매경쟁이 치열하고, 부실거래처 발생에 따른 리스크도 고스란히 메이커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격 측면에서 보면 일본은 협상 파트너가 상사로 단순화되어 있어 조정이 쉽지만, 한국은 메이저업체와 건설회사자재직협의회와 일방적 합의가 기준가격이 되고 있고, 그 이후에 건설사와 유통회사별로 가격을 별도로 책정하고 있다. 여기에다 물량 할인, 현금 할인 등 별도의 할인정책을 구사함으로써 전기로업체가 가격 체계를 스스로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Q>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전기로 업체가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지금도 뼈를 깎는 원가절감을 하고 있다. 우리가 일본에게 배울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는가?

A> 한국도 머지않아 일본처럼 강재 소비량이 감소할 것이다. 그런데 한국 전기로 업체는 수요는 줄어드는데 설비는 더 늘려놓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 현재 철근 수요는 800~850만톤인데 반해 생산 Capa는 1,250만톤이 넘는다. 또 그동안 한국 전기로업체가 일본보다 유리했던 것은 상대적으로 싼 전기요금이었는데, 앞으로 한국의 전기요금도 계속 빠르게 오를 것이다.

근본적인 메리트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도 고정비 절감보다는 전기로업계 차원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며, 일본처럼 야간 조업 등 수요에 맞는 생산체제로 바뀌어야만 지나친 판매경쟁이나 과잉재고 현상을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격결정 시스템도 수요와 원재료비, 전기요금 등 가격결정 요소를 합리적으로 계산해서 확정한 후 매월 변동할 수 있는 가격체계가 조속히 구축되어야 한다. 또 전기로업체의 경쟁적인 할인 정책을 단순화하여 고객사와의 신뢰를 높여야 한다. 한마디로 시장에서도 인정을 해주는 투명한 가격구조가 되어야 한다.

Q> 최근 몇 년간 한국 철강업계의 화두는 수익성 회복이다. 특히 철근은 중국산 수입재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데 전기로업체의 수익성 악화의 원인과 수익성 회복을 위한 방안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A> 모두 알다시피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는 말이 있다. 중국산 철근 수입량은 5~6% 수준에 불과하지만 시중 유통가격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 한국의 전기로업체의 수익성 악화는 업체 스스로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얘기한대로 판매 물량(점유율) 확보를 위한 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가격체계가 무너진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철강 유통 구조를 다시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

Q> YK는 수익성 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A> 원가절감을 위해서는 2002년 12월 인수 직후 563억원을 투자하여 제강과 압연공장에 대해 합리화작업을 마친 상태고, 2012년에는 757억원을 들여 2제강, 2압연공장의 설비합리화 공사를 진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제조원가를 낮춰 수익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키울 계획이다. 판매 측면에서는 고수익 제품의 비중을 늘리고, 실수요가 직판 비중을 늘리고 있다. 또 2~3년 전에 10만톤에 그친 빌릿 수출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최근 철강 수요가 늘고 있는 동남아시아에 과거보다 2~3배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야마토공업은 경영진과 직원들이 서로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면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대안을 마련해 성공을 거두고 있는데, 이 같은 야마토공업의 우수한 기업문화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Q> 최근 YK공장 인근에 아파트건설 공사가 진행되면서 공장이전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어떻게 대처할 계획인가?

A> 부산시와 사하구청, 부산시의회 등을 만나 다각적으로 해법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고, 회사와 노조도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이전이 불가능한 이유를 홍보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YK스틸은 일본 기업이지만 그 뿌리는 50년 향토기업이다.

그동안 부산에서 성장한 향토업체로 지역에서 많은 도움을 받은 만큼 돌려준다는 것이 원칙이다. 환경보존을 위한 사회보조금을 늘리고 지역 인재 채용을 확대할 것이다. 또 최근 고령화 추세에 따라 직원들이 더 오래 근무할 수 있도록 정년을 연장하고, 30억원 규모의 YK스틸 사회복지재단을 통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

Q> 수익성 문제와 아파트 건설 문제 등으로 야마토가 한국에서 전기로 사업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는 사람도 있다. 이에 대한 본사의 견해는 무엇인가?

A> 그런 일은 절대 없다. YK스틸이 적자가 난다 하더라도 야마토공업의 지원이 가능하다. 현재 440명의 직원과 200여명의 협력사 직원, 가족까지 합칠 경우 4,000여명이 YK에 기대고 있다. 이 사람들을 저버리는 일은 절대 없다. 다만 건설사측의 발표대로 3차 단지까지 진행이 되고, 이로 인해 YK에 압박이 계속된다면 타 지역으로 이전도 생각할 수 있다.

이 경우 부산지역은 제외가 되겠다. 그러나 그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갈 경우다. 현재 우리 입장은 여기에서 계속 사업을 하고 싶다. 조직원이 행복을 느끼고, 고객과 협력회사를 존중하고,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기업, 이것이 YK스틸이 추구하는 기업이념이다.

Q> 끝으로 YK스틸의 미래 비전을 듣고 싶다.

A> 회사는 이익을 내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측면에서 개인적으로 나는 미래(일본)에서 온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원료 구매에서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본사인 야마토공업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현재 철근 단일 생산체제에서 품목 다변화도 검토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단계는 아니지만 타사와의 협력이나 단독 투자 등 여러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 YK스틸(주)오오미치 히데타카 사장은?

1954년 일본 홋카이도 출생으로 한국의 동의대학교에서 경영학박사, 동아대학교에서 법학박사를 취득했다. 1986년 일본흥업은행(現 미즈호은행) 재직시절 한국유학(연세대어학당)을 시작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어 1993~1997년 일본흥업은행 서울 소장으로 일했다. 이후 2002~2004년 야마토공업이 한보철강 부산공장 인수시 참여했다가 2006년부터 YK스틸에 복귀해 2013년 4월 YK스틸(주)의 제3대 사장으로 취임했다. 2004~2005년에는 부친(한국의 曹溪宗과 자매결연을 하고 있는 일본 曹洞宗의 前 宗正)의 영향으로 스님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자신이 한국인과 일본인이 반씩 섞인 글로벌인이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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