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5년의 철강 업력을 이어온 대성철강이 일반형강 시장에 새로운 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 그 의미심장한 변화의 중심이 될 광양 신공장은 향후 일반형강 시장의 중심축으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형강 시장의 묵묵한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한 대성철강은 최신과 최고의 자부심을 담아 광양 신공장 건설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현장과 사람을 중심에 둔 대성철강의 지난길이 무엇보다 큰 기대와 신뢰를 모으는 이유가 되고 있다. 제 2의 도약을 다짐하는 박상현 대표를 만나 마음으로 그리는 대성철강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주)대성철강 박상현 대표이사
▲ (주)대성철강 박상현 대표이사
Q> 관심을 모은 광양 신규공장 건설의 배경은 무엇인가?

A> 지난 35년간 철강업을 이어오면서 수출전문기업과 전문압연공장으로 산업발전에 기여해 왔다고 자부한다. 또한 동종 업체들이 설비투자로 회사의 규모를 키워갈 때, 우리는 내실위주의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사업을 유지해왔다.

최근 들어서는 설비 노후화로 효과적인 시장대응이 어렵게 된 데다, 품질개선이라는 시대적인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설비투자가 경영 현안으로 자리 잡게 됐다. 기존 거래처의 만족도를 높이고 보다 적극적인 시장대응이 가능한 성장 동력으로 광양의 신규 압연공장 건설을 결심하게 됐다.

Q> 광양공장 준공이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는 이유는?

A> 가장 큰 이유는 엔지니어링 때문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 광양공장은 처음부터 포스코 슬래브를 염두하고 설계됐다. 초기에는 비교적 절단 횟수가 많은 슬래브 사이즈(125*130, 125*180)를 중심으로 설계되었는데,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절단 횟수가 적은 사이즈(130*250)를 메인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를 변경하게 됐다.

이러한 변경은 소재를 절단하는 과정에서 드는 인력과 비용을 줄이고 대형규격의 완제품 생산이 가능토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설계변경과 관련된 엔지니어링 작업은 아직까지 국내에서 해결하기 힘들다보니, 일본의 다나까(TANAKA)사와 면밀한 논의를 통해 진행하게 됐다.

시장에서 우려하는 사업추진상의 문제가 아닌, 설비투자 과정의 보완작업으로 일정이 다소 지연된 것이다. 늦어진 만큼, 준공 후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더 경쟁력 있는 제품생산이 가능해질 것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대성철강의 광양공장 조감도
▲ 대성철강의 광양공장 조감도

Q> 국내 최고가 될 것이라는 광양공장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

A> 최신 설비를 갖출 광양공장을 건설하면서 ▲ 공장 규모 ▲ 소재 구성 ▲ 비전과 목표 크게 세 가지의 고민에 집중 했다. 과거 압연공장들이 개별적인 설비투자로 오늘날 일반형강의 구색을 갖출 수 있게 되다보니, 단순히 몇 가지 생산 품목만으로 경쟁에 뛰어들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일반형강의 방향을 정했으면, 확실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장을 지어보자´ 는 마음으로 다년간의 고심과 면밀한 논의 끝에 광양공장 건설에 나선 것이다. 광양공장은 약 2만평 부지에 1,200억원 규모의 투자로 부등변앵글, 등변앵글, 채널, 평철, 각철, 환봉 등 다양한 제품 생산력을 갖출 예정이다.

공장 규모가 커질수록 문제가 되는 것이 소재다. 설비투자는 한 번에 많은 비용과 집중력이 요구되지만 그 이후에는 소재의 문제가 지속적인 관건이 될 것이다. 소재와 관련한 고민은 향후 생산량 증가에 맞춰 양질의 소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주변의 몇몇 기업들을 보면, 자체적인 원료수급을 위한 전기로 등 다소 무리한 설비투자로 재정상의 어려움을 초래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우리는 재고 및 완제품 수요에 따라 회사 재정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소재 확보 대안으로 포스코와의 협력을 선택했다. 일반적인 압연공장들은 주로 빌릿을 원자재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대성철강의 광양공장은 포스코와의 협력관계를 염두에 두고 슬래브와 빌릿을 원자재로 병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 점을 확실히 하고자 2년 정도의 협의 끝에, 지난 8월 말 포스코가 대성철강의 보통주 9.05%(신주발행)를 인수하는 투자를 받게 됐다. 이로써, 포스코가 생산하는 양질의 정품 및 여재 슬래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게 됐다. 이것이 앞으로 대성철강의 경쟁력이자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본다.

끝으로, 동종업체와 대비되는 차별점은 가장 확실한 경쟁력이자 생존의 조건이 될 것이다. 최근 세월호 참사와 원전 시험성적서 위조문제 등 만연한 안전 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건설이나 조선·해양 등 중공업에도 소재의 품질보증 요건이 강화될 것으로 본다.

대성철강의 광양공장 공사 현장 모습
▲ 대성철강의 광양공장 공사 현장 모습

철강업계 역시 앞으로 품질을 보증할 수 있는 소재와 제품생산이 매우 중요한 경쟁요소가 될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그동안 저렴한 가격으로 호황을 누리던 기준미달의 수입제품들은 점차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기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믿을 만한 제품’, ‘확실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관건으로 생각된다.

대성철강은 실수요를 중심으로 한 양질의 제품을 맞춤형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우리가 생산하는 일반형강이 조선 및 플랜트 공사에 주로 사용되는 중요 자재인 만큼, 설계부터 선급 및 다양한 스펙에 적합한 생산이 가능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현재 우리나라 중공업이 주력하고 있는 FLNG선이나 극지방의 플랜트 등의 산업에 맞는 제품 생산이 가능하도록 광양공장을 건설한 것이다. 과거에는 설비의 중요부분에만 사용하던 자재들의 자격요건이 요즘에는 전 완성품에 동일한 스펙을 요하는 상황이다.

그런 만큼 광양공장은 A, B, D, E 그레이드까지 소화 가능한 설비로 만들고 있다. 영하의 기온에 맞는 -40℃ 보정까지 가능한 형강제품 생산이 가능하리라 기대하고 있다. 대성철강은 오일메이저 등록을 중장기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대비해 광양공장은 5.5m 높이에서 압연이 가능하도록 설계하여 공장의 안정성을 최우선적으로 확보했다. 동시에 1층에 여유 공간까지 만들어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도록 설계 하였다.

Q> 지난 1978년 설립 이후 꾸준한 성장을 가능케 한 차별요소는 무엇인가?

A> 대성철강은 선친께서 창업한 이래, 한 눈 팔지 않고 오로지 철강 한 곳에만 매진해 왔다. 기업들이 세대를 거쳐 오면서 모체에 집중하지 않고 여러 곳에 무리하게 투자하다 난관에 부딪치는 것을 많이 봐왔다. 첫출발의 초심을 잃지 않고 집중해온 소신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번 광양공장 투자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하시면 될 것 같다. 일각에서는 새 공장을 짓는 일이 시기적으로 늦지 않았냐는 우려의 시각이 있는 줄도 안다. 하지만 저는 우리 회사의 잠재력과 자본, 그리고 시장상황 등 모든 제반요건이 갖춰지는 적절한 타이밍을 신중하게 기다려왔다. 주변의 흐름에 동화되지 않고 냉철하게 분석하는 능력, 그것이 우리 대성철강의 차별점이자 가장 큰 경쟁력이라 생각한다.

Q> 앞으로의 대성철강을 이끌어갈 경영철학에 대해 듣고 싶다.

A> 간단히 말씀드리면, ‘현장 경영’과 ‘인재 경영’입니다. 책상 앞에 앉아 올라온 보고서를 보고 다양한 자료를 섭렵하는 일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저에게 더 중요한 것은 ‘현장’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 제품이 생산되는 공장의 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서는 제대로 된 경영을 할 수 없다. 설계된 공장 역시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서는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생산 공정에 포함된 불필요한 과정은 무엇인지, 일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문제는 무엇인지, 다양한 개선방안을 알아내고 분석하는 데 있어 현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저는 모든 직원들에게 항상 현장을 살피고 고민하길 권한다. 고객사에서 필요로 하는 제품을 공장에서 출고하는 데 그치지 말고, 제품이 어떤 가공을 통해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는 지까지 직접 살펴보는 것이 모든 일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당부한다.

두 번째는 인재경영이다. 설비의 많은 부분을 자동화시스템이 대체하고 있지만, 언제나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회사를 움직이고 발전시키고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에 대한 이해와 투자에 늘 신경 쓰고 있다. 그 첫걸음으로 직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그래야만 직원 개개인의 성향과 능력을 파악하고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한 투자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제가 바라는 이상적인 회사는 우리 인재들이 자신들의 업무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고 원활한 부서협력으로 대표이사가 없더라도 문제없이 잘 돌아가는 유기체의 시너지를 구현하는 것이다.

Q> 난관에 봉착한 한국 형강산업의 바람직한 발전방향에 대한 생각은?

A> 그동안 국내 형강사업은 조선업의 활황으로 국내시장에 머물게 됐다. 조선업과 형강 경기가 좋을 때는 해외시장을 크게 고려할 필요가 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생산된 제품이 국내 가공업체, 유통업체, 중공업 수요처로 차곡차곡 납품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날의 시장은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건설업 및 조선업의 수요부진이 지속되면서 철강업계의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저하되고 있고, 이러한 저수익 구조는 향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저 개인적인 소견으로,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일단 품질경쟁력,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중국과 일본의 사이에서 차별화된 품질경쟁력을 갖추지도 못하고 가격경쟁력 역시 앞서지 못했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 철강 산업은 생산되는 제품이 다양하지 못하고 설비와 품질도 서로 비슷하다.이렇다보니, 가격으로 경쟁할 수 밖에 없고 침체된 시황과 맞물린 수익악화가 불가피해졌다. 가격을 넘어서는 수준의 품질을 이뤄내고 제품의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국내의 레드오션에서 힘들게 경쟁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해외시장을 찾아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사업의 적극성이 절실하다. 그동안의 우리나라 철강산업이 생산자 중심의 흐름을 이어왔다면, 앞으로는 수요자가 원하는 것을 내놓을 수 있는 철저히 수요자 중심의 형태로 변화해야 할 것이다.

철강 산업의 생존과 발전에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우리 철강 산업은 과거 한국을 발전시킨 원동력이자, 현재의 제조업을 든든하게 뒷받침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이런 철강 산업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나 노력은 그 역할에 비해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철강 산업의 생존 현안과 발전에 대한 고민이 정부 당국의 깊은 공감대로 나눠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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